무속 음악

제주도 무속음악의 기악의 양상 본문

무속 음악

제주도 무속음악의 기악의 양상

이토츠 2024. 2. 7. 15:46

ᄀᆞ진연물

제주도 무속음악의 기악의 양상
제주도 무속음악의 기악의 양상

가창과 더불어 제주도 무속음악의 또 다른 축인 기악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선 2강에서 제주도의 무속악기는 '연물'이라고 불리며 그 속에는 'ᄀᆞ진연물'에 속하는 울북, 설쒜, 데영의 세 가지 악기와 삼동막 살장귀, 요량, 바랑 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 악기 중에서 음악적 쓰임새가 많은 ᄀᆞ진연물과 삼동막살장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악기의 형태가 우리나라 타 지역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죠? ᄀᆞ진 연물 악기는 형태, 연주법, 장단 등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특징을 지닙니다. 울북의 경우 '구덕'이라고 불리는 대바구니에 올려놓고 북의 한 면을 두 개의 채를 수평으로 교차하며 연주합니다. 설쒜는 마치 놋그릇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악기인데 '체'라고 불리는 거름망 위에 뒤집어놓고 두 개의 채를 수직으로 내리치며 연주합니다 데영은 한 손으로 손잡이 끈을 쥐고 팔꿈치를 무릎에 받친 뒤 다른 한 손에 채를 쥐고 수평으로 연주하는데 마치 징과 비슷한 모습을 지닙니다. 이 세 가지 악기의 합주는 주로 춤을 반주하는 굿 제차(祭次)에서 쓰입니다. 앞서 본 ppt 영상 속의 ᄀᆞ진연물 연주는 굿을 시작할 때 하늘과 땅에 고하는 첫 과정에서 펼치는 것으로 '삼석울림'이라고 하는데요. 이 경우에만 세 악기의 독자적인 연주가 이루어지고 다른 대부분의 경우는 춤을 반주할 때 쓰입니다 세 가지 악기 중에서 울북은 소리창과 말미창의 반주로도 쓰입니다. 말미창을 반주할 때는 두 개의 채를 양손에 나눠 쥐고 북의 양면을 모두 연주합니다. 이와 달리 소리창의 반주도 있습니다 소리창을 할 때에는 말미창의 연주법과 더불어 판소리의 고수처럼 한 손에는 채를 쥐고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사용합니다. 울북이 춤 반주와 가창 반주를 한다면 삼동막 살장귀는 가창 반주에만 쓰입니다.

삼동막살장귀

삼동막 살장귀가 농악을 비롯한 전통음악에 쓰이는 장구보다 작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음악사를 살펴보면 아랍 또는 인도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장구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초기의 모습이 삼동막 살장귀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삼동막 살장귀는 일반적인 장구와 다른 면모를 지닙니다. 일반적인 장구는 조이개인 부전이 여덟 개인데 삼동막 살장귀는 여섯 개이며 무엇보다 분해와 조립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양편 가죽과 통을 분리한 뒤 다시 가운데 부분인 조롱목을 중심으로 양쪽 통을 해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장구통이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세 토막으로 분리된다고 해서 '삼동막'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삼동막 살장귀의 연주는 한 손에는 열채를 쥐고 채편에 해당되는 '채받이'를 치고, 다른 한 손은 궁편에 해당되는 '궁받이'를 손바닥으로 두드립니다. 울북과 삼동막 살장귀 연주의 공통점은 말미창의 반주인데요. 말미창은 부정형의 가창이어서 울북과 삼동막 살장귀의 반주 또한 일정한 음악적 규칙을 가진 장단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진행합니다. 다만 서사무가인 본풀이를 말미창으로 구송할 때 이야기 내용의 극적인 전개에 따라 빨라지고 느려지기를 반복하며 템포의 변화를 줍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제주도의 무속악기 연물은 무속신앙에 쓰이는 악기여서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밝히는 본풀이가 존재합니다. 일반신본풀이 중 하나인 초공본풀이에 연물악기 중 ᄀᆞ진연물인 울북, 설쒜, 데영이 생겨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초공본풀이는 제주도 심방들의 조상신이며 최초로 굿을 만들어내어 삼시왕으로 좌정한 '젯부기 삼형제'를 주인공으로 삼는 신화입니다. 심방들의 조상신이어서 '무조신'이라고도 합니다. 초공본풀이의 젯부기 삼형제는 삼천전제석궁이라는 곳에 갇혀있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최초로 굿을 했는데, 이때 제주도 굿의 제차(祭次)와 악기 등 대부분의 과정과 무구(巫具)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젯부기 삼형제는 너사무너도령 삼형제와 의형제를 맺은 뒤 굴미굴산의 오동나무를 베어다 망아지 가죽을 씌워 울북을 만들고, 동해바다 쒜철이아들을 불러다 설쒜와 데영을 만들었다고 초공본풀이에 전해옵니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 굿에서는 악기를 만들어낸 신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과정인 '젯북제맞이'를 연행합니다.

악기 본풀이

연물 악기 앞에 제물과 향로를 놓고 절하는 동작을 이어가는 젯북제맞이는 이 악기마다 서려 있는 또 다른 신들을 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심방들은 악기마다 서려 있는 신들을 이렇게 열거합니다. '북 선생 조만손이, 설쒜 선생 느저왕은 나저왕, 데영 선생 와랑쟁이, 장귀 선생 명철광대, 요량 선생 홍글대제' 이처럼 제주도의 본풀이는 굿이라는 의례의 제차(祭次)부터 악기를 비롯한 무구(巫具)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대본의 역할을 합니다. 본풀이가 모든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을 관용적으로 표현할 때 '그 때 낸 법으로', '법지법으로'라고 사설을 사용합니다. 이상으로 연물 악기의 쓰임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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